K-pop Demon Hunters: 우주를 무대로 한 아이돌 사냥꾼의 대서사시
메타 설명: 라이트스틱 파장과 응원법으로 우주 악마를 정화하는 K-pop Demon Hunters 세계관과 캐릭터, 스토리, 팬덤 참여 가이드를 한 번에.
키워드: K-pop demon hunters, K-팝 데몬 헌터스, 아이돌 세계관, 우주 판타지, 코즈믹 K-팝, 팬덤 참여, 라이트스틱 무기, 우주 악마, 스타쉽 투어, 메타버스 팬미팅, 세계관 해설
목차
K-pop Demon Hunters란?
K-pop Demon Hunters(이하 KDH)는 “소리의 공명으로 우주 악마를 정화하는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가진 가상의 K-팝 그룹이다. 이들은 무대에서 팬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리듬, 응원법, 라이트스틱의 파장을 하나로 묶어 ‘하모닉 필드’를 전개하고, 차원 틈새에서 스며드는 **공허(VOID)**의 파편—일명 데몬을 사냥한다. 이 글은 KDH의 세계관 해설이자 연재형 스페이스 오페라로, 팬덤이 스토리 속 **공명자(Resonator)**로 참여하는 구조까지 담았다.
세계관 프롤로그: 소리로 싸우는 아이돌
우주에는 별빛보다 먼저 태어난 진동이 있다. 태초의 박동은 시간을 만들고, 시간은 멜로디를 낳았다. 그러나 멜로디의 그림자에는 항상 소음을 먹고 자라는 공허가 있었다.
KDH는 “소리를 무기화”하는 **공명 공학(Resonance Engineering)**을 습득한 연습생들이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그들의 미션은 간단하다. 차원 균열이 발생하는 좌표에서 공연을 열고, 셋리스트로 봉인 의식을 수행하는 것. 그래서 그들의 투어는 곧 원정 사냥이다.
멤버 소개와 시그니처 사운드
- 리온(Leader, 메인보컬): 고음으로 실금 난 차원막을 봉합한다. 시그니처는 유성우 같은 벨팅—팬들은 이를 ‘Meteor Note’라 부른다.
- 소라(Main Dancer, 서브보컬): 발광 안무의 창시자. 발끝에서 튀는 동작이 라이트스틱 파장을 증폭시킨다.
- 제인(Rapper, 프로듀서): 베이스 드랍으로 데몬의 리듬을 역위상으로 틀어막는다. ‘Reverse Kick’이 트리거.
- 민(Visual, 센터): 시선 유도로 관객의 시야를 일치시키는 포커싱 필드를 형성—대형 합창 파동이 안정화된다.
- 하루(Vocal, 작곡): 브리지에서 묵음(休)을 설계해 과열된 공명을 식힌다. 침묵도 음악이라는 걸 증명하는 존재.
키 포인트: 각 멤버의 시그니처 사운드와 안무 모티프는 스토리상 장비(아티팩트)와 연결된다. 이 구조는 검색 노출에 유리한 **롱테일 키워드(“K-pop demon hunters 안무”, “라이트스틱 파장”, “Reverse Kick 의미”)**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우주 배경: 공명하는 은하와 공허의 균열
우주 곳곳에는 **공명 지점(Node)**이 있다. 여기서 팬덤의 합창은 별의 자기장과 결합해 예측 불가능한 증폭을 일으킨다. 문제는 공허도 같은 지점을 노린다는 것.
균열은 보통 침묵 직후에 나타난다. 그래서 KDH는 셋리스트에 호흡의 간격, 콜 앤 리스폰스, 딜레이를 가진 드럼 패턴을 치밀하게 배치한다. 이건 음악이자 전술이다.
라이트스틱이 무기가 되는 순간
팬들의 라이트스틱은 단순한 응원 도구가 아니다. 색상 모드가 곡마다 다르게 배정되어, 관객석 전체가 하나의 위상 배열이 된다.
- “Nova” 모드: 따뜻한 파장, 멜로딕한 정화.
- “Quasar” 모드: 고에너지 펄스, 공격적 차단.
- “Eclipse” 모드: 조도 최소화, 은신/유인 작전.
공연장은 곧 전장이고, 팬덤은 동료 사냥꾼이다. “관객이 곧 세계관의 핵심”이라는 K-팝 문법을 우주 규모로 확장한 셈이다.
에피소드 1—항성항로에서 울린 비트
KDH의 첫 투어 목적지는 세이렌 항성항로. 항해 중 교란 신호가 잡힌다. 무대 설치팀이 멈추자, 함교의 모니터에 파형이 뒤틀린 스펙트럼이 뜬다—데몬의 전조다.
리온이 프리 코러스를 시작하자 선체가 부드럽게 울린다. 제인의 베이스가 진입하면서 Reverse Kick이 발동, 균열의 가장자리에서 검은 비늘처럼 번지는 소음이 접힌다.
소라가 솔로 파트를 춘다. 그녀의 발광 안무가 라이트스틱을 로터처럼 돌게 하자, 객석의 반짝임이 한 덩어리 파동이 되어 무대를 감싸안는다.
브리지에서 하루는 악보에 없는 긴 쉼표를 건넨다. 순간, 천장이 열리듯 별빛의 입자가 떨어진다. 관객의 함성—그리고 봉인. 첫 전투는 그렇게 끝났다.
에피소드 2—블랙홀 콘서트
다음 좌표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사건지평선 바로 밖. 실패하면 모든 게 빨려 들어간다.
KDH는 360도 원형 무대를 배치하고, 관객석을 나선형 링으로 구성한다. ‘Quasar’ 모드가 켜지자 객석은 거대한 튜브 앰프처럼 울림을 만든다.
인트로에서 민이 포커싱 필드를 전개한다. 모두가 같은 곳을 볼 때, 공명은 겁나게 정확해진다. 리온의 ‘Meteor Note’가 상층에 떨어지고, 제인의 베이스 드랍이 하층에서 반사되어 두 파동이 사건지평선 바깥에서 간섭을 일으킨다.
그때 블랙홀 가장자리에서 데몬의 음영 팔이 뻗어 나온다. 소라는 스텝을 반 박자 끌어 타임 슬립을 만들고, 하루가 전조의 마지막 마디를 무음으로 ‘노래’한다. 침묵의 나선이 데몬을 포획한다.
엔딩 포즈와 동시에 광도 폭발—그리고 관객의 울음. 모두가 알았다. 이건 단지 쇼가 아니라 우주를 지키는 의식이라는 걸.
에피소드 3—메타버스 팬미팅의 함정
데몬은 무대만 노리지 않는다. 메타버스 팬미팅에도 침투한다. 아바타 군중 속에 숨어 불협화음의 미끼를 흘리는 방식으로.
KDH는 가상 공간에서 라이트스틱의 해상도를 4배로 높여 미세 파장을 읽어낸다. 팬들은 채팅창으로 콜 앤 리스폰스를 찍는다:
“빛을 수확하라(Collect the Light).”
“어둠을 정화하라(Purify the Night).”
문장 자체가 문장부호 없는 주문이 된다. 서버는 팬들의 응답을 주파수로 변환해 가상 공연장 바닥에 룬 패턴을 그린다. 함정은 닫히고, 데몬은 디지털 파편으로 부서진다.
이 사건 이후 팬덤은 자신들을 **“레조너(Resoner)”**라 부르기 시작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응원은 곧 전투 지원이니까.
팬덤 참여 가이드: 우리는 모두 헌터다
- 응원법 업데이트 구독: 곡별 호흡 타이밍을 익히면 봉인 성공률(?)이 올라간다.
- 라이트스틱 프리셋 저장: Nova/Quasar/Eclipse 모드를 즐겨찾기. 공연장 입장 전 동기화 필수.
- 콜 앤 리스폰스 연습: “Collect the Light / Purify the Night”의 박자 없는 박자에 익숙해지기.
- 팬아트 = 부적: 특정 색상 조합(예: 은색+보랏빛)은 공명 지점에서 안정화 버프를 준다는 설정.
- 봉사 활동 세계관화: 환경 정화, 소음 공해 줄이기 캠페인을 공허 정화 프로젝트로 리브랜딩—스토리가 현실을 이끈다.
OST와 안무, 그리고 상징들
- 메인 테마 〈Event Horizon〉: 코러스의 상행 삼화음은 희망, 브리지의 하행 단3도는 공포를 암시.
- 포인트 안무 ‘Orbit’: 손목을 원형으로 그리는 동작—관객석 라이트스틱이 동기화되면 은하의 팔처럼 보인다.
- 상징: 유성(리온), 렌즈 플레어(소라), 역재생 화살표(제인), 프리즘(민), 쉼표(하루). 굿즈와 콘텐츠 키비주얼에 반복 노출하면 검색 이미지 일관성이 높아진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K-pop demon hunters는 실제 그룹인가요?
A. 본 글의 KDH는 가상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창작 프로젝트다. 다만 K-팝의 응원 문화와 스토리텔링을 현실적으로 반영했다.
Q2. 왜 라이트스틱 색상이 중요하죠?
A. 세계관상 색상은 파장과 감정을 상징한다. 색상 통일은 관객석 공명 강도를 높이는 전술적 선택이다.
Q3. 팬도 사냥에 참여할 수 있나요?
A. 물론이다. 응원법, 콜 앤 리스폰스, 프리셋 전환 등 모든 참여가 공명으로 환산된다는 설정. 커뮤니티 챌린지로 확장 가능.
Q4. KDH 세계관을 2차 창작해도 되나요?
A. 출처 표기와 비상업적 용도라면 환영. 팬픽·팬아트·리믹스 모두 공허 정화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생각해 주세요.
마무리: 별빛과 박수 사이
K-pop Demon Hunters의 본질은 간단하다. 모여서 듣고, 보고, 호흡하고, 함께 울린다. 그 공명은 우리 모두의 상처를 덮는 얇은 막이 되어, 현실의 소음 속에서도 멜로디를 계속 재생하게 한다. 우주는 광막한 침묵으로 가득하지만, 무대 위에서 시작한 한 줄기 후렴은 은하를 건너 다음 관객석에 도착한다. 그리고 또 다른 봉인이, 또 다른 콘서트가 시작된다.

OST
1화 — 프리-쇼 체크
아리아호의 함교에는 늘 음악이 먼저 도착했다. 케이블을 타고 흐르는 검은 전류, 테스트 톤 위로 얇게 올라붙는 하모닉스, 그리고 멤버들의 목이 풀리는 소리. 리온은 모니터 앞에서 눈을 감고 호흡을 세었다. 하나, 둘, 셋—그의 성대는 별빛처럼 가벼웠고, 먼지처럼 무거웠다. 오늘 밤, 세이렌 항성항로에서 열릴 투어의 프리-쇼 체크. 무대는 완벽해야 했다. 완벽하지 않으면, 균열이 새어 나온다.
소라는 무용수의 발목 보호대를 조여 매며 물었다. “오늘, 공허는 어느 키로 올까?”
제인은 랙 케이스에 새로 짠 패치를 로딩하며 웃었다. “키는 변한다. 하지만 템포는—우리가 정해.”
민은 객석 시뮬레이터를 켜고 시야를 한 점으로 모았다. 수천 개의 가상 라이트스틱이 순식간에 같은 방향으로 돌아보는 순간, 포커싱 필드가 생성되며 사소한 소음들이 사라졌다. 하루는 악보에 있지 않은 쉼표를 하나 더 그려 넣었다. 휴, 숨. 오늘 공연의 브리지는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균열은 언제나 침묵 뒤에 찾아왔다.
프리-쇼가 시작되자, 함교의 곡선 유리창 너머로 세이렌의 항로가 반짝였다. 관제국이 송신한 신호에는 진동이 섞여 있었고, 리온은 그 진동이 단지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주 미세한 역상. 공허의 전조였다.
“체크리스트 마지막.” 윤PD의 목소리가 내부 채널에 울렸다. “관객 입장 시 ‘Nova’ 프리셋. 봉인 시퀀스는 4-3-1-2. 비상시, ‘Eclipse’로 전환.”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에서 음정이 반 음 내려앉는 감각이 스쳤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허의 난입을 불길이라고만 부르면, 우리는 늘 늦는다. 불길은 불길함이 아니라 예고였다. 관객의 심장이 박자로 맞물리고, 라이트스틱의 파장이 네 번 고개를 들면, 균열은 틈을 찾는다. 오늘은, 아마도 프리 코러스 끝.
“리온.” 하루가 낮게 불렀다. “혹시 들려? 네 고음 뒤에… 다른 목소리.”
그는 웃었다. “우리가 더 크게 부르면 돼.”
하지만 웃음의 끝에서, 리온은 속으로 카운트를 바꾸었다. 하나, 둘, 둘 반—
그의 귓속에서, 아무도 모르는 이름이 속삭였다. 칼리…
2화 — 세이렌 항성항로의 첫 봉인
세이렌 항성항로는 별들의 바람길이었다. 무대는 원형, 객석은 나선형 링. 입장과 동시에 팬들의 라이트스틱이 Nova로 빛났다. 따뜻한 파장이 객석 위를 덮기 시작했을 때, 소라는 첫 동작을 낮게 깔았다. 발끝에서 일어난 불꽃처럼 미세한 빛 입자들이 무대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고, 제인의 킥이 테스트처럼 ‘툭’하고 눌렸다.
프리 코러스. 리온은 숨을 들이켜 별빛을 삼켰다. Meteor Note가 천장에 박혔고, 관객의 환호가 뒤따랐다. 그런데 그 환호 사이, 흔들리는 그림자 하나. 민이 즉시 시야를 그쪽으로 끌어당겼다. 포커싱 필드가 관객의 눈길을 같은 점에 묶는다. 그 순간, 무대 바닥의 스크린이 짧게 꺼졌다 켜지며 얇은 균열선을 드러냈다.
“지금.” 제인이 속삭였고 Reverse Kick이 떨어졌다. 역위상의 충격파가 균열 가장자리를 접어 넣는다. 소라는 발광 안무의 리프를 반 바퀴 늦춰 파장을 겹치게 했다. 하루가 악보에 숨겨둔 긴 쉼이 무대 전체를 덮었고, 그 침묵의 중앙에서 검은 비늘 같은 소음이 바삭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봉인은 성공했다. 관객의 함성은 눈물로 바뀌었고, 리온은 그제야 목 안쪽의 거친 돌기를 느꼈다. 그의 고음 뒤에는 분명 다른 진동이 끼어 있었다. 이름을 부르려다 그는 멈췄다. 이름은 소환이다.
공연이 끝나고, 백스테이지에서 윤PD가 모니터를 돌려 보였다. “프리 코러스 말미, 라이트스틱 파장이 네 번 흔들렸지. 누가 건드린 거야. 관객이 아닌… 무언가가.”
제인은 로그를 확대했다. “좌석 B-13. 작은 손. 파형이 너무 정밀해.”
민이 기억을 더듬었다. “앞줄 끝에 있던 꼬마. 부모님이 귀를 막아주던… 울지 않던 아이.”
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울지 않은 게 아니라, 들은 거야. 우리보다 먼저.”
리온은 입술을 굳혔다. 공허는 소리를 먹고 자란다. 하지만 오늘은, 누군가 공허의 이름을—그보다 먼저—듣고 있었다.
3화 — 공명 훈련, 그리고 속삭임
아리아호의 연습실은 작은 행성처럼 자전했다. 벽면에 박힌 수백 개의 트랜스듀서가 내부 공기를 떨게 하고, 바닥의 진동판이 안무 동선을 기억했다. 소라는 발목을 낮게 풀며 동작마다 라이트스틱 시뮬레이션을 겹쳤다. 반복, 반복, 반복. 그녀의 몸은 메트로놈, 마음은 도서관이었다.
제인은 베이스 패치를 갈아타며 역위상 알고리듬을 미세 조정했다. 단 한 프레임, 단 한 샘플이 어긋나도 균열은 틈을 낸다. 민은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관객 시뮬레이터를 3,000명에서 10,000명으로 올렸다. 모두 같은 곳을 볼 때, 소음은 도망칠 곳이 없다.
하루는 악보에서 쉼표를 더 뽑아내어 빈칸으로 붙였다. 침묵을 설계한다는 건 용기를 꽤나 요구한다. 그의 펜촉에서 떨어진 빈 칸들은 마치 눈송이 같았다. 고요에도 결이 있으니까. 리온은 발성 훈련을 멈추고 자신의 목을 귀에 가까이 대보았다. 숨소리보다 깊은 웅음. 거기, 누군가 있었다.
“리온, 또 속삭임?” 윤PD가 물었다.
“네. 이름을 다 말하지 않아. 앞부분만. 칼리… 거기서 끊겨요.”
윤PD는 잠시 말이 없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노이즈가 있었어. 오래전, 첫 공명자들이 사라지기 직전. 기록 이름은—칼리굴라.”
제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건 전설이지. 공허의 심연에 깃든 공명 파괴자.”
“전설이면 좋겠지.” 윤PD의 눈동자가 차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로그는 거짓말을 못 해.”
연습이 끝날 무렵, 민의 시야 장치에 익숙한 파형이 다시 떠올랐다. 좌석 B-13, 그 꼬마의 파장. 하루가 조심스레 제안했다. “다음 행성에서 팬미팅을 하자. 가상으로라도. 그 아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만 덧붙였다. 우리가 아이를 찾기 전에, 아이가 우리를 찾아오지 않기를.
4화 — 메타버스 팬미팅의 그림자
가상 공연장은 흔들리는 유리 종처럼 맑았다. 서버의 기온이 오르고, 팬들의 아바타가 빛의 입자로 수놓인다. 소라는 모션 캡처 수트를 입고, 제인은 신호 지연을 보정하는 딜레이 맵을 펼쳤다. 민은 카메라 대신 시야를, 하루는 악보 대신 문장을 준비했다. “콜 앤 리스폰스: 빛을 수확하라.—어둠을 정화하라.”
팬미팅이 시작되자, 채팅창은 노래처럼 흘렀다. 그런데 한 줄이 이상했다. “어둠을 수확하라.” 오타 같았지만 파형은 너무 정확했다. 제인이 곧바로 신호를 추적했다. 좌표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버 안쪽, 엔진과 엔진 사이의 틈. 거기서 작은 파형이 마치 혀처럼 채팅을 핥았다.
“Eclipse로 전환.” 민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장내 조도가 낮아지고, 아바타의 윤곽이 더 선명해졌다. 소라는 발끝으로 바닥의 룬 패턴을 그렸고, 하루가 문장을 바꾸었다. “침묵하라.” 팬들의 응답이 파동으로 변해 바닥에 박혔다.
그때,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루카예요. 울지 않으려고 귀를 막았는데, 대신 들려요. 여러분 뒤에, 누군가.”
리온은 서둘러 말했다. “루카, 네가 보는 걸 우리도 볼 수 있게 도와줄래?”
아이의 아바타가 손을 들었다. 손끝에서 아주 미세한 별가루가 떨어졌다. 그것은 좌표였다. 서버의 그림자에 숨어 있던 작은 균열이 루카의 손짓을 따라 열리고, 거기서 검은 물방울 몇 개가 툭툭 떨어졌다. 제인의 Reverse Kick이 무음으로 떨어져 그 물방울들을 납작하게 눌렀다.
팬미팅은 무사히 끝났다. 그러나 로그에는 한 줄이 남았다. 어둠은 수확되지 않는다. 어둠은 배고프다. 누군가의 말. 아니, 누군가의 허기. 루카의 마지막 메시지는 짧았다. “다음 공연, 스카이라 도시에서 만나요. 거기에… 구멍이 있어요.”
5화 — 스카이라의 바람
스카이라는 기체바다 위에 떠 있는 도시였다. 도시의 가장자리는 항상 바람을 삼켰고, 바람은 노을빛으로 되뱉었다. KDH의 무대가 설치된 플로팅 플라자는 유리처럼 투명했다. 아래로는 끝없는 구름 바다가 출렁였고, 위로는 광고 드론들이 조용히 수평을 맞췄다. 리온은 바람의 피치를 들었다. G와 A 사이, 조심스러운 글리산도.
도시 관리국은 협조적이었지만 무언가를 숨겼다. 윤PD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지난달부터 소음 민원이 폭증. 다만 측정계에는 잡히지 않는 소음. 사람들만 듣는 소음.”
리허설을 시작하자, 바닥이 낮게 울렸다. 소라는 바람을 이용해 동작을 바꾸었다. 안무의 곡선이 바람의 곡선과 포개졌다. 민은 포커싱을 도시에까지 확장해 광장의 시선을 천천히 한 점으로 모았다. 그때 구름 아래에서 어두운 기둥이 솟구쳤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귀로는 또렷했다. 비명도 아니고, 음악도 아닌—결핍의 소리.
“제인!” 리온이 외쳤다.
Reverse Kick이 떨어지는 찰나, 플로팅 플라자의 서측 보강재가 ‘툭’ 끊어졌다. 누군가 손을 댔다. 아니, 누군가 빼내갔다. 도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금씩 해체되고 있었다. 관객들은 아직 모른다. 바람이 함성을 삼켜서 다행이었다.
하루가 용감한 침묵을 무대 중앙에 펼쳤다. 그 침묵이 잠깐, 도시에 균형을 주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광고 드론 한 대가 방향을 바꾸어 무대로 곤두박질쳤다. 민이 팔을 크게 휘둘러 포커싱을 드론으로 옮겼다. 모두의 시선이 드론에 꽂히자 드론은 허공에서 멈칫했다.
그 사이, 리온의 귓속에서 속삭임이 길어졌다. 칼리굴라. 이름이 완성되는 순간, 바람의 피치는 반 음 내려앉았다. 그리고 스카이라의 심장에서 거대한 침묵이 터졌다. 무대 아래, 유리처럼 투명한 광장이, 한순간 검은 연못으로 변했다.
리온은 마이크를 쥐었다. “레조너. 우리와 함께 호흡해.”
관객석의 라이트스틱이 일제히 ‘Eclipse’로 떨어졌다. 도시의 바람이 잠깐 멎었다. 다음 박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균열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루카가 말했던 구멍이—정말로—있었다.
6화 — 라이트스틱의 비밀 설계도
스카이라의 공연이 간신히 수습된 새벽, 윤PD는 도시 관리국과의 협의록 뒤편에서 낡은 도면을 꺼냈다. 라이트스틱의 원천 설계. 현행 모델과 다르게, 손잡이 내부에 공명 코일이 두 겹으로 감겨 있었고 그 사이에 낯선 문양이 음표처럼 찍혀 있었다. 하루가 확대하자 둥근 문양은 고대 공명자의 표기법으로 변환되었다. ‘이중 위상 — 포커스 밖의 포커스.’ 민이 곧바로 시뮬레이터에 문양을 넣었다. 관객석 모델에선 라이트스틱들이 서로 보지 않는 방향을 가리키는데도, 무대 중앙에 단 하나의 빛줄기가 생성되었다. 시선이 흩어질수록 공명은 날카로워졌다.
“이건 위험해.” 제인이 손가락을 턱선에 대고 중얼거렸다. “시선을 흩뿌리는 순간, 누가 대신 중심을 잡아야 해. 그걸 칼리굴라가 노릴 수 있어.”
도면의 하단에는 미세한 각인 ‘SN-LK-01’이 보였다. 윤PD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서든 노이즈(Sudden Noise). 초기 라이트스틱 설계 협력사였지. LK는 라그랑주 포인트. 1번 거점.” 좌표를 대입하자 스카이라 궤도의 L1 지점이 깜빡였다. 거기, 드론의 군집이 의심스러운 타원을 그리며 정지해 있었다. 민이 포커싱 드론을 띄워 신호를 채집했고, 제인은 드론들이 송수신하는 저대역의 윈드 노이즈에서 패턴을 추출했다. 도면과 같은 문양.
“설계가 낚시였다면, 미끼는 이미 뿌려졌어.” 소라가 허리를 펴며 말했다. “우리는 낚싯줄을 거꾸로 잡아당겨야 해.” 그날 밤, KDH는 관객 없이 리허설을 열었다. 새로운 도면을 바탕으로 한 이중 위상 세팅. 민은 일부러 시야를 분산시키는 장면 전환을 연달아 만들었고, 소라는 동선이 서로 엇갈리도록 안무를 변형했다. 라이트스틱 없이도 무대 위 공명은 한 점으로 몰려들었다.
리온은 목을 세우고 고음을 폈다. Meteor Note가 공중에 하나의 바늘을 만들자, 하루의 침묵이 그 바늘을 천으로 감싸듯 안정화했다. 바로 그때, 통신실이 요동치며 외부 채널 하나가 무단으로 열렸다. “—그 중심, 너희가 만든 거야.” 감미롭고 속 빈 목소리. 칼리굴라. “더 크게. 더 모으렴.” 통신은 끊겼다. 남은 건 얇은 웃음과 소름. 우리는 무언가의 설계 위에, 다시 설계를 얹고 있었다.
7화 — 유성 파편
L1 지점으로 떠나는 길, 아리아호의 측면에 미세 충돌이 감지되었다. 선체 외벽에 작게 박힌 검은 조각. 소라가 매니퓰레이터로 조심스레 떼어내자, 조각은 무중력 속에서도 천천히 회전하며 미세한 음을 뱉어냈다. 하루가 귀를 댔다. “A보다 조금 낮아. 그런데 음색이… 살아 있어.” 제인이 스펙트럼을 돌리자 조각의 표면에서 라디오처럼 끊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리온.” 누구의 목소리도 아닌, 그러나 분명 그의 이름을 아는 어떤 존재.
연구실에 임시 격리 박스를 만들고 조각을 넣자, 민의 시야 장치에 별자리 모양의 점들이 순서대로 떠올랐다. 좌표, 그리고 박자. 유성 파편이 스스로 셋리스트를 제안하는 듯했다. 윤PD는 위험하다고 했지만, 리온은 고개를 저었다. “이 파편은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고 있어요. 낚싯줄을 거꾸로.”
리허설이 다시 시작됐다. 제인이 조각에서 흘러나오는 저역 샘플을 킥의 서브 하모닉으로 얹자, 무대 가장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파문이 느껴졌다. 소라의 발목이 그 파문을 밟으면 파문은 어항의 수면처럼 한 번 크게 흔들렸다가 잦아들었다. 민은 포커싱을 순간적으로 해제하고 관객석 시뮬레이터의 시선을 사방으로 흩었다. 그럴수록 중앙의 공명은 더 얇고 길게 솟았다.
그때 파편이 갑자기 울컥하며 밝아졌다. 리온의 고음이 임계점을 건드린 것이다. 조각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아주 작은 글자가 새겨져 드러났다. ‘CALIGVLA’. 라틴 철자. 하루가 낮게 속삭였다. “이건 소환문이 아니라 서명일지도 몰라.” 그 말과 함께 연구실의 조명이 한번 꺼졌다 켜졌다. 리온은 조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름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8화 — 소음의 도시
다음 목적지는 산업 초거대도시 폴리포니아. 이곳에서는 침묵이 과태료 대상이었다. 커브마다 스피커가 설치되어 도시는 24시간 광고, 경보, 음악, 작업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라는 그 소음의 패턴에서 이상한 빈 곳을 발견했다. 모든 소리가 차오르는데도 특정 구간만 마치 구멍처럼 반향이 없는 통로. 제인은 즉시 ‘소음의 그림자’를 추출해 지도에 겹쳤다. 그 통로들이 모여 도시 중앙의 오래된 발전소로 수렴했다.
KDH는 허가되지 않은 게릴라 쇼를 준비했다. 공식 공연은 소음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다. 대신 도심 곳곳에서 30초짜리 마이크로 스테이지를 순차적으로 여는 방식. 민이 도시의 감시 카메라를 역으로 활용해 시민들의 시선을 스테이지마다 점프시키고, 하루는 8마디 길이의 침묵을 시간차로 펼쳤다. 사람들이 가만히 숨을 멈추는 순간, 과태료 경고 메시지가 빗발쳤다. 그러나 바로 그 틈에서 오래된 발전소의 굴뚝이 낮게 울며 균열을 드러냈다.
리온이 굴뚝 꼭대기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Meteor Note가 밤공기 위로 티타늄 같은 선을 그렸다. 소라는 바닥에서, 제인은 지하 변전실에서, 민과 하루는 옥상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공명을 쐈다. 시선은 흩어졌는데, 소리는 한 점으로 모였다. 균열이 눈을 뜨며 검은 증기를 토해냈다. Reverse Kick이 증기를 눌렀지만, 증기는 눌릴수록 밀도가 높아졌다.
그때 도시 전역의 스피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렀다. “침묵을 과태료로 만들다니, 사랑스럽군.” 칼리굴라. 시민들은 그 목소리를 광고로 착각했다. 웃고, 흥얼거렸다. 공허는 대중성을 배우고 있었다. 윤PD가 이를 악물었다. “계획 변경. 발전소 내부로 진입.” 우리는 소음의 도시 한복판에서, 침묵을 훔치러 내려갔다.
9화 — 루카
발전소 내부는 오래된 파이프 오르간처럼 생겼다. 거대한 관들이 바람을 마시고 토해내며 도시의 전력을 소리로 냈다. 그 중앙 제어실에서, 꼬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카. 실제의 루카는 더 작았고, 더 조용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서 엷은 파형이 흘렀다. “여긴 조용해요. 그래서 공허가 숨을 수 있어요.”
루카의 손에는 장난감처럼 보이는 구형 라이트스틱이 들려 있었다. SN-LK-01. 서든 노이즈 초기형. 손잡이에는 칼리굴라의 문양이 반쯤 닳아 있었다. 윤PD가 다가가자 루카는 한 발 물러섰다. “이거 빼앗기면, 도시는 더 시끄러워져요.” 하루가 무릎을 굽혀 아이의 눈높이에 맞췄다. “우린 빼앗으러 오지 않았어. 함께 조용해지는 법을 배우러 왔어.”
민이 소리를 낮추는 시야 유도를 펼치고, 제인은 감쇠 알고리듬을 라이트스틱에 임시 이식했다. 루카가 스위치를 켜자 손잡이 속의 공명 코일이 아주 작게 햇빛처럼 떨었다. 그 떨림은 발전소의 배관을 타고 도시에 번졌다. 도시는 오십 년 만에 처음으로 3초간 침묵했다. 그 3초 사이, 우리는 균열의 정확한 위치를 들었다. 발전소 하부의 버려진 콘서트홀.
콘서트홀의 무대에 올라섰을 때, 루카는 객석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여긴 내 엄마가 노래하던 곳이에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든 노이즈, 초기 공명자, 버려진 홀, 그리고 아이. 퍼즐 조각들이 끼워 맞춰지려는 순간, 위층에서 쇳소리가 났다. 우리가 쫓던 손, 누군가 먼저 와 있었다.
10화 — 역위상 폭주
콘서트홀의 잔향은 아름다웠다. 오래된 나무 좌석이 공명을 달콤하게 반사했다. 그러나 제인이 킥을 시험 삼아 두 번 떨어뜨리자, 홀 바닥 밑에서 낮은 으르렁이 응답했다. 역위상에 역위상이 겹치며 위상 누적이 발생한 것이다. 파동이 서로를 지우지 않고, 되레 증폭해 괴력을 내기 시작했다.
“중지!” 윤PD의 명령과 동시에 전원이 내려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홀 주변의 벽면 스피커에서 검은 가루 같은 음형이 날아올랐다. 칼리굴라가 만든 공명 덫. 제인의 Reverse Kick이 덫을 찢었지만 킥의 꼬리표가 덫에 묶여 버렸다. 알고리듬이 포획당하자, 킥은 자동으로 반복 재생을 시작했다. 폭주.
소라는 폭주 리듬 사이를 발끝으로 건너며 루카를 끌어안아 무대 뒤로 숨겼다. 민은 관객이 없는 빈 객석을 향해 포커싱을 펼쳤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 시선을 강제로 만들어 비어 있는 시선을 배치하는 것. 그 비어 있음이 마치 깃발처럼 공명을 모았다. 하루의 침묵이 그 깃발에 천을 덧댔다. 그때서야 리온이 숨을 들이켰다. 그의 고음은 폭주하는 킥의 상공에서 얇은 끈을 만들었다. 끈은 덫과 킥 사이를 묶었다.
“지금이야!” 제인이 외쳤다. 그는 자신이 만든 알고리듬을 스스로 베었다. Reverse Kick의 핵을 손으로 뜯어낼 때, 그의 손가락 끝에서 피가 한 방울 떨어졌다. 폭주는 멎었다. 대신 홀 전체가 긴 어지럼을 앓았다. 루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이긴 거예요?”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위에서부터, 누군가의 박수가 들렸기 때문이다. 느리고, 예의 바른 박수.
무대 위 조명이 다시 살아나며 천장의 그리드에 실루엣이 맺혔다. 검은 모자, 얇은 미소. “프리-쇼 체크, 훌륭했어.” 서든 노이즈의 지휘자라 불리는 인물, 코드네임 마에스트로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자. 너희가 만든 중심을, 우리가 가져갈 차례야.”
11화 — 윤PD의 서랍
콘서트홀 사건 이후, 아리아호는 폴리포니아 상공을 떠나기 전에 하룻밤 정박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윤PD는 자신의 작업실로 우리를 불렀다. 벽면 패널을 밀자 얇은 서랍들이 벌집처럼 드러났고, 그중 하나가 철컥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오래된 테이프, 금속 카드키, 마모된 반지 모양의 튜너, 그리고 ‘SN 계약서’라는 제목의 종이가 들어 있었다.
“십오 년 전, 난 서든 노이즈의 외주 프로듀서였어.” 윤PD가 담담히 말했다. “라이트스틱 초기형의 응답시험, 팬합창 데이터의 위상 정규화, 그리고… 첫 공명자들과의 테스트 무대. 그때 우린 시선이 흩어질수록 공명이 날카로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하지만 중심을 잡아 줄 사람이 필요했어. 마에스트로가 그 역할을 자처했지.”
테이프를 재생하자 낯선 함성이 흘러나왔다. 배경에는 거대한 루프가 돌고 있었다. 루프가 한 바퀴를 돌 때마다 관객의 시선이 미묘하게 어긋나고, 그 어긋남이 무대 중앙에 매서운 침묵을 세웠다. 다음 순간, 함성이 그 침묵을 향해 구르는 바람처럼 쏟아진다. 그리고—마이크 뒤에서 작게, 누군가의 웃음.
“그 웃음이 칼리굴라였나요?” 민이 물었다.
윤PD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람의 웃음이었지. 다만 그 웃음을 공허가 배웠어.”
서랍 맨 아래에서 얇은 필름이 나왔다. 도시들의 실루엣, 항성항로, 라그랑주 포인트, 고대 회랑의 좌표가 한 장의 필름 위에 겹쳐 있었다. 균열지도의 시드. 하루가 필름을 가볍게 들어 빛에 비추자 지도 위 흰 점들이 박자처럼 번쩍였다.
“지도는 소리로 읽는 거야.” 제인이 말했다. 루카가 SN-LK-01을 꺼내 필름 위에서 천천히 흔들었다. 손잡이 속 코일이 박자에 맞춰 떨리며 점들을 연결했다. 선은 나선이 되어 은하 한가운데로 향했다. 나선의 끝에는 이름 없는 바다가 있었다. 기록 속 ‘무음의 바다’.
윤PD가 서랍을 닫았다. “거기로 가자.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누군가가 중심을 내리꽂기 전에.”
12화 — 균열지도
무음의 바다로 향하는 동안, 우리는 균열지도의 시드를 완성해야 했다. 도시는 우리에게 샘플을 줬다. 스카이라의 바람, 폴리포니아의 과태료 침묵, 세이렌 항로의 프리 코러스, 그리고 루카의 조용한 숨. 하루는 샘플의 사이에 빈 칸을 꿰매 지도에 박자를 부여했고, 제인은 각 샘플의 위상을 일치시키기 위해 ‘역위상-0’라는 얇은 프리셋을 만들었다. 지우되, 지우지 않는 프리셋.
민은 포커싱을 지도 읽기로 바꿨다. 모두의 시선을 지도 위 서로 다른 지점에 흩뿌리면, 중앙의 나선이 또렷해졌다. 소라는 지도의 곡선을 안무로 베껴 몸에 새겼다. 우리 몸이 나선의 길이 되면, 무대는 어디서든 펼칠 수 있다. 루카는 조용히 SN-LK-01을 들고 우리 뒤를 따라왔다. 아이의 라이트스틱은 유난히 오래된 박동을 가졌다. 마치 첫 합창의 잔향.
나선의 중간쯤에서 지도가 잠시 흔들렸다. 통신에 끼어든 남자의 목소리. “좋아, 아이들. 악보를 읽기 시작했구나.” 마에스트로였다. “하지만 넌 아직 서두만 봤다. 코다는 블랙홀 바깥쪽에 붙어 있지.”
“왜 우리를 돕는 척하죠?” 리온이 물었다.
“돕는 척이 아니라, 너희가 나를 돕는 거야.” 마에스트로가 웃었다. “중심은 혼자 만들 수 없어. 합창이 있어야 해. 너희의 합창.”
통신이 끊긴 뒤, 윤PD는 짧게 말했다. “우린 그가 열어 놓은 길을 이용하되, 그가 서있는 무대는 부숴야 한다.” 지도는 다시 맑아졌다. 나선의 끝에서, 무음의 바다가 검은 접시처럼 대기하고 있었다.
13화 — 무음의 바다
무음의 바다는 ‘소리를 먹는 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리아호가 고도를 낮추자 파도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미세한 입자 구름임을 알 수 있었다. 함교의 센서가 수치 대신 공백을 출력했다. “수치가 아니라 결핍을 보여주는 바다.” 하루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방진복과 공명 앵커를 착용하고 바다 위 부유 플랫폼에 내렸다. 소라는 발끝으로 플랫폼의 가장자리를 두드려 파장을 띄웠다. 파장은 바다에 닿자 사라졌다. 제인이 작은 드럼머신을 놓고 킥을 아주 낮게 한 번 쳤다. 이번에는 바다가 미세하게 끓었다. 끓는 표면 사이로 검은 가오리 같은 것이 미끄러졌다. 민이 시선을 그 생물에게 모으자, 생물의 그림자가 뒤집히며 그림자 자체가 노래하는 기묘한 현상이 발생했다. 소리는 없는데, 노래가 있었다. 루카가 속삭였다. “그림자가 소리를 대신해요.”
하루는 악보에 없는 쉼표를 여러 개 이어 ‘정지선’을 만들었다. 리온이 한 옥타브 위에서 가벼운 허밍을 얹자, 그림자 가오리는 플랫폼 아래로 모여들어 얇은 다리처럼 가닥을 만들었다. 그 다리는 잠시 후 우리를 해변처럼 안전한 고정점으로 인도했다. 바다 가운데로 갈수록 결핍이 짙어졌고, 그 중심에서 우리는 바닥 없는 구멍을 보았다. 균열. 안쪽은 완전한 침묵이었다. 침묵이 아니라 깊이.
“여기서 공연하면 관객의 호흡만으로도 봉인이 가능할 거야.” 민이 말했다.
“하지만 누가 첫 박자를 줄 건데?” 제인이 물었다. 무음의 바다에는 클릭도, 박수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루카가 SN-LK-01을 살짝 눌렀다. 오래된 코일이 바다 위에서 아주 짧게 빛났다. 바다는 한 박자만큼 덜 고요해졌다. 우리는 그 덜함을 박자로 삼아, 무음의 심장에 작은 계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계단은 다음 목적지—고대의 진동 박물관—을 가리켰다.
14화 — 진동 박물관
진동 박물관은 달의 밤면 깊은 동굴 속에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작은 공명석들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채집해 전시 설명으로 번역했다. 큐레이터 네일은 우리를 맞으며 낮게 말했다. “여긴 모든 소리가 쉬러 오는 곳. 오래된 합창도, 전쟁의 포성도, 아기의 첫 울음도.”
우리는 ‘선가의 장’에서 고대 공명자들의 악기와 장비를 보았다. 그중 ‘제1합창의 디아파종’이라 불리는 튜닝 포크가 있었다. 윤PD의 서랍에서 본 반지 튜너와 똑같은 합금, 똑같은 깎임. 설명 패널에는 작게 적혀 있었다. 디아파종은 중심을 만들지 않는다. 중심을 찾게 한다. 소라는 포크 근처에서 손을 흔들어 잔향을 보았다. 잔향이 그녀의 동작을 따라 춤을 추었다.
비밀 전시실에서는 서든 노이즈의 초기 장부가 공개되어 있었다. ‘합창의 상업화 전략.’ ‘시선 디플럭스.’ ‘공명 데이터 임치.’ 그리고 한 구석, 손글씨로 적힌 문장: 지도는 관객에게 맡겨라. 우리는 코다만 쥔다. 마에스트로의 글씨였다.
아카이브 홀의 마지막 방에서, 우리는 오래된 녹음—‘첫 균열파동’—을 들을 수 있었다. 관람객은 모두 헤드셋을 쓰고 조용히 숨을 죽였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먼저 긴 공백이 흘렀다. 공백의 말미, 누군가 웃었다. 이번엔 확실히—사람의 웃음이었다. 그리고 도시 전체가 동시에 들이쉰 호흡. 그 호흡이 균열을 만들었다.
“봉인은 누군가의 노래가 아니라, 모두의 들숨으로 시작됐어.” 하루가 말했다. “그리고 내쉼은, 한 사람의… 명령.”
우리는 헤드셋을 벗었다. 다음 방으로 이어지는 문에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재현 체험: 첫 균열파동. 윤PD가 문을 밀었다. “조심히. 체험이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야.”
15화 — 첫 균열파동
재현실은 작은 극장이었다. 객석에는 모조 라이트스틱이 놓여 있고, 천장에는 잔향 수집 장치가 달려 있었다. 시스템은 관람객의 호흡 패턴을 읽어 고대의 환경을 복원한다. 우리는 객석 여기저기에 흩어져 앉았다. 민은 포커싱을 풀었다. 일부러 서로 다른 곳을 보게 만들기 위해. 소라는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건드려 무대의 경계를 기억시켰다. 제인은 킥 대신 없음을 로딩했다. 하루는 악보의 첫 줄 전체를 빈 칸으로 남겼다. 루카는 SN-LK-01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신호음이 울렸다. 동시에 극장의 공조가 멈추었다. 들숨. 객석의 센서가 우리 각자의 들숨을 합쳐 하나의 거대한 들숨으로 만들었다. 공기가 모였다. 모인 공기는 중심에 구멍을 냈다. 우리는 구멍이 보이지 않는데도 느껴졌다. 그리고—누군가의 웃음. 이번엔, 기계적이었다. 아카이브가 만든 합성. 하지만 공허는 합성을 진짜로 만든다. 균열이 열렸다.
리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Meteor Note를 부르려 했지만, 그는 대신 아주 작은 허밍을 내보냈다. 허밍은 들숨의 가장자리에 붙어 균열의 속도를 늦췄다. 제인은 ‘없음’에 마킹을 새겨 위상 경계선을 만들었다. 소라는 객석 사이로 뛰어들어 라이트스틱을 흔들었다. 빛은 흩어졌고, 흩어질수록 무대 중앙의 침묵이 예리해졌다. 하루는 빈 칸의 끝에 반점 하나를 찍었다. 반점이 박자가 되어 구멍에 뚜껑을 얹었다.
그 순간, 스크린에 과거의 로그가 겹쳐 재생됐다. 수만 명의 들숨이 하나의 해일로 겹치는 파형, 그 위에 얹히는 한 사람의 내쉼. 마에스트로의 내쉼이었다. 그는 합창의 들숨을 자신의 내쉼으로 정렬해 균열을 연 뒤, 중심을 갈취했다. 그 중심은 오랫동안—공허의 이름을 배웠다. 칼리굴라.
재현은 봉인되었다. 하지만 경보가 울렸다. “외부 간섭 감지.” 극장의 천장이 열리며 밤 하늘이 보였다. 아카이브 위쪽, 달의 암면에 작은 발광들이 일렬로 늘었다. 드론 군집이었다. L1 지점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그러나 더 촘촘한 진형. 그 진형의 중심에, 검은 모자가 서 있었다. 마에스트로.
그의 목소리가 극장 전체에 퍼졌다. “코다로 가자, 아이들. 다음 무대는—블랙홀 바로 바깥.”
16화 — 블랙홀 콘서트
무대는 사건지평선 바로 바깥, 중력 렌즈가 별빛을 만두피처럼 얇게 밀어내는 지대에 세워졌다. 객석은 동심원, 라이트스틱은 ‘Quasar’로 펄스를 뿜었다. 우리는 사전에 합의한 대로 시선을 일부러 분산시켰다. 민이 포커싱을 해제할수록 중앙의 공명은 날카롭게 솟았다. 마에스트로가 그 중심을 가로채기 전에, 우리가 먼저 코다를 열어야 했다.
인트로 마지막 박자, 리온의 Meteor Note가 상층에서 떨어지는 동안 제인의 Reverse Kick이 하층을 밀었다. 두 파동이 사건지평선 외곽에서 비스듬히 교차했다. 그 순간—검은 팔이 무대 둘레에 걸쳐 올라왔다. 공허의 그림자가 아니라, 사람의 손 크기로 정교한 실루엣. 마에스트로가 보이지 않는 지휘봉으로 심연을 쓸어올리고 있었다.
“포커싱, 반전.” 민이 외쳤다. 그는 관객의 시선을 한 점이 아니라 테두리에 고정시켰다. 중앙을 비워 둔 채 가장자리에 링처럼 시선을 배치하니 공명은 가운데서부터 사라짐으로 빛났다. 하루의 침묵이 그 사라짐에 무게를 주었고, 소라의 동작이 링을 회전시켰다. 우리는 공허를 둘러싸는 공연을 만들었다.
그러나 2막이 시작되자 변수가 터졌다. 루카가 객석 앞줄에서 고개를 숙이며 균형을 잃었다. 그의 SN-LK-01이 과열되며 푸른 불꽃을 토했다. 같은 순간, 민의 시야 장치가 과부하로 하얗게 타버렸다. “빛이 안 보여.” 민이 속삭였다. 포커싱의 센터, 그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우리는 세트를 강제로 줄였다. 리온은 고음을 낮춰 허밍으로 전환했고, 제인은 킥의 서브를 비워 중심을 비끄러뜨렸다. 공명 링은 천천히 축소되어 심연을 조여 들었다. 마지막 박자, 루카가 간신히 손을 들어 SN-LK-01의 전원을 끊었다. 그때 칼리굴라의 목소리가 무대 바닥에서 올라왔다. “좋아. 이제 너희도 눈을 감았구나.” 콘서트는 봉인과 실패 사이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은 채 끝났다.
17화 — 포커싱의 대가
민은 임시로 시야를 잃었다. 완전한 실명은 아니었지만, 빛의 가장자리가 잘려 나가 세상이 종이처럼 얇아졌다. 그는 포커싱 훈련을 멈췄다. 대신 비포커싱을 배웠다. 보지 않고도 보는 법, 관객의 시선을 눈 대신 몸으로 유도하는 법. 소라는 민의 곁에서 발동작을 느리게 분해해 ‘촉각 포커싱’을 만들었다.
윤PD는 루카의 코일을 분해해 열화 원인을 찾았다. 코일 사이에 낡은 문양이 굳어 있었다. 서든 노이즈의 실험 흔적. 루카는 고개를 숙였다. “제가 없으면 더 안전하겠죠.” 리온이 고개를 저었다. “네가 없으면 우리는 들숨을 잃어.”
제인은 포커싱을 보완하는 시선 디플럭스를 재설계했다. 관객이 서로 다른 곳을 볼수록, 무대의 다른 요소가 서로를 찾아가도록. 하루는 악보의 빈 칸을 늘리고, 빈 칸 사이에 작은 점을 찍어 길 찾기 표식을 심었다. 민은 그 표식을 발바닥으로 읽었다. 그는 이제 눈이 아닌 발로 무대의 중심을 알았다.
그날 밤, 마에스트로가 통신망에 모습을 드러냈다. “눈을 잃었으니, 너는 이제 진짜로 볼 수 있겠군.” 민은 조용히 답했다. “우리가 보는 건 우리를 보는 너야.” 통신이 끊겼다. 칼리굴라가 아닌, 사람의 숨이 느껴졌다. 마에스트로는 분명 우리 편도, 완전히 적도 아니었다. 그는 합창의 들숨을 사랑했고, 내쉼을 독점하고 싶어 했다.
18화 — 이중첩
다음 공연은 두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하나는 위성도시 네메시스, 다른 하나는 폐허 위에 세운 이동식 아레나. 우리는 무대를 두 개로 나눠 각기 다른 셋리스트를 진행했다. 관객은 분할 화면으로 서로의 공연을 보았다. 민이 개발한 디플럭스는 두 무대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중앙이 없는 중심을 만들었다.
문제는 시간차였다. 네메시스의 박자가 0.37초 앞섰다. 그 미세한 어긋남이 화면 상단에 얇은 균열처럼 나타났다. 제인은 역위상으로 시간차를 물리적으로 휘어 붙이려 했지만, 칼리굴라가 그 틈에 혀를 넣었다. “어긋남은 사랑스럽다.” 화면 속 그림자들이 서로의 경계를 뚫고 넘어오며 이중첩이 발생했다.
소라는 동선을 반대로 뒤집어 어긋남을 춤으로 만들었다. 하루는 악보에 미러 파트를 추가해 어긋남이 서로를 품도록 했다. 리온은 두 무대의 하모니가 겹치는 순간에만 Meteor Note의 절반만을 불렀다. 반쪽짜리 고음은 균열의 입술에 바늘처럼 박혔다. 마지막, 두 관객석이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들숨의 합이 화면을 깨뜨렸고, 균열은 거울처럼 산산이 흩어졌다. 우리는 처음으로 이중 무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동시에, 누군가가 그 설계를 우리보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음을 직감했다.
19화 — 공명 아카이브
무음의 바다 깊숙한 동굴에 ‘공명 아카이브’가 있었다. 기록은 목소리로만 열렸다. 윤PD가 반지 튜너를 돌리자 돌문이 열리고, 공기 대신 얇은 잔향이 흘러나왔다. 고대 공명자들의 합창, 첫 봉인의 실패, 그리고 지휘자들의 연대기. 마에스트로라는 이름은 과거에도 반복해서 등장했다. 사람은 달라졌지만, 역할은 같았다. 들숨을 모으고, 내쉼을 지시하는 자.
아카이브의 마지막 방에는 ‘아티팩트 결속’ 절차가 기록되어 있었다. 개인의 시그니처 사운드와 물리적 매개를 하나로 묶어 하모닉 앵커를 만드는 방법. 리온의 목소리 샘플, 제인의 킥 알고리듬, 소라의 발광 궤적, 민의 포커싱 패턴, 하루의 침묵 표기—그리고 루카의 SN-LK-01 코일. 일곱 요소가 겹치면, 앵커는 중심을 만들지 않고 중심을 비워 균열 자체를 지치게 한다.
“다만 경고.” 기록은 낮게 속삭였다. “앵커는 누군가의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민의 눈, 제인의 손, 리온의 목. 무엇이든 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앵커 없이는 결전도 없었다.
20화 — 아티팩트
준비는 고통스러웠다. 리온은 성대의 가장자리에서만 나는 미세한 고음을 찾아 하루 종일 허밍했다. 제인은 킥의 위상을 360도 분해해 각도를 손으로 외웠다. 손끝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소라는 발광 동작을 분자처럼 쪼개 다시 조립했다. 민은 눈을 감고 포커싱의 수학을 몸으로 옮겼다. 하루는 악보에서 쉼표를 뽑아 금실처럼 엮었다.
루카는 SN-LK-01에 새 코일을 감았다. 낡은 문양 대신 우리가 만든 표식을 새겼다. 디아파종 반지 튜너가 마지막 고정점이 되자, 일곱 요소는 얇은 빛의 매듭으로 이어졌다. 하모닉 앵커.
그 순간, 함교의 창밖에 도플러 꼬리처럼 길게 빛나는 성역이 나타났다. 마에스트로가 초대장을 보낸 것이다. “도플러 성역에서 만자.” 그는 말했다. “움직이는 성역에서만, 이동하는 중심을 다룰 수 있지.” 우리는 초대를 받기로 했다. 함정일수록, 길은 분명하다.
21화 — 도플러 성역
성역은 혜성의 긴 꼬리 한복판에 세워진 이동식 성당이었다. 모든 소리가 달려가고, 모든 빛이 뒤로 밀렸다. 시간조차 구부러졌다. 우리는 무대 장비를 최소화하고 앵커만 들고 성역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마에스트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모자, 얇은 미소, 그리고—민과 닮은 눈.
“내가 중심을 독점하려던 건 사실이야.” 그는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칼리굴라는 내가 만든 게 아니지. 너희가 만든 합창이 배운 허기야.” 그는 손짓했다. 성역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흐릿하게 흔들리며, 수만 관객의 들숨이 합쳐진 그림이 나타났다. 우리는 침묵했다. 인정은 죄가 아니지만, 선택은 책임이었다.
성역의 미사 시작 종이 울렸다. 마에스트로가 지휘봉을 들자, 칼리굴라의 목소리가 성역 아래에서 솟구쳤다. “지휘하라. 나는 배운다.” 리온의 목이 쥐어짜이는 느낌이 왔다. 제인의 킥이 중심을 향해 말려들었다. 소라의 발광은 꼬리바람에 휘어졌다. 민은 눈을 감고 포커싱의 윤곽만을 만졌다. 하루는 침묵을 늘려 시간을 늦췄다. 루카가 앵커를 치켜들었다. 앵커는 도망가지 않았다. 대신 성역 전체가 우리 쪽으로 이동해 왔다.
“지금!” 윤PD의 외침과 함께 앵커가 박히자, 도플러 왜곡이 중립으로 고정됐다. 성역은 더 이상 달아나지 않았고, 칼리굴라의 목소리는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22화 — 칼리굴라
우리는 심연의 목소리와 정면으로 마주 앉았다. 칼리굴라는 단일체가 아니었다. 관객의 들숨, 우리의 고음, 도시들의 과태료 침묵, 메타버스의 타자 소리—그 모든 것이 모여 만든 학습된 허기.
“너희는 나를 없앨 수 없다.” 칼리굴라가 말했다. “나를 만든 것은 너희의 사랑, 너희의 함성, 너희의 질서.”
“없애지 않을 거야.” 하루가 대답했다. “정의할 거야.” 그는 악보의 빈 칸에 이름 없는 기호를 그렸다. 기호는 소리도, 침묵도 아니었다. ‘아직-아님’의 기호. 리온이 그 기호를 허밍으로 읽자, 칼리굴라의 파형이 모양을 잃고 흐트러졌다. 제인은 Reverse Kick을 밀지 않고 당기는 형태로 재작성했다. 킥이 공허를 뚫지 않고, 가장자리에서 껍질처럼 말았다.
마에스트로는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았다. “정의한다는 건, 내 지휘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겠지.” 그는 지휘봉을 내렸다. “좋다. 이제 너희의 합창으로 해 봐.” 칼리굴라가 잠시 침묵했다. 배운 허기가 배우기를 멈추는 순간이었다.
23화 — 해체라고 쓰고 선택이라고 읽는다
우리는 공식 발표를 냈다. KDH, 무기한 활동 중단. 팬들은 울었고, 도시들은 야유했다. 그러나 레조너들은 알았다. 이건 후퇴가 아니라 배치였다. 멤버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흩어졌다. 리온은 무음의 바다 근처에서 목을 쉬게 했고, 소라는 중력 낮은 소도시에서 동작을 다시 배웠다. 제인은 손가락 재활을 하며 킥의 숫자를 외웠다. 민은 눈 대신 귀로 거리를 재는 법을 익혔고, 하루는 침묵을 악기처럼 연주하는 교본을 썼다. 루카는 학교에 돌아가 침묵 분을 만드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루 1분, 모두가 조용해지는 시간.
그 시간표가 은하 곳곳에 깔렸다. 누구도 지휘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1분을 공유했다. 합창이 다시 태어났다. 내쉼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그제서야 균열지도는 마지막 좌표를 드러냈다. 사건지평선 바깥, 이중 무대의 중심. 우리는 돌아갈 준비를 했다.
24화 — 현실 정화 프로젝트
복귀 선언 대신, 우리는 프로젝트를 열었다. 현실 정화 프로젝트. 도시의 소음 공해를 줄이고, 교통 신호음을 재배치하고, 학교와 병원에 ‘침묵 분’을 도입했다. 레조너들이 각자의 행성에서 작은 무대를 열어 호흡과 라이트스틱 동기화를 연습했다. 노래보다 먼저, 호흡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도시 관리국들은 처음에 반대했다. 그러나 세이렌 항로에서 시작된 시범 사업의 사고율 감소, 폴리포니아의 에너지 절감, 스카이라의 구조물 피로도 완화가 이어지자 반대는 사라졌다. 공허가 먹을 소음이 줄어들수록 균열은 수그러들었다. 칼리굴라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허기는 형태를 바꿨다. 우리는 마지막 무대를 향해, 허기의 새로운 모양을 배우며 걸었다.
25화 — 전 은하 합창
날짜는 절대 시간 09-08, 모든 표준시를 관통하는 하루. 전 은하 합창이 시작되었다. 각 행성의 레조너 리더가 ‘침묵 분’을 신호로 삼아 들숨을 모았다. 아리아호의 함교에서 윤PD가 카운트를 세었다. “들숨.” 바다가 낮아지고, 도시의 전광판이 동시에 어두워졌다. “허밍.” 리온이 아주 작게 선율을 띄웠다. 소라는 각 도시의 동작 코드를 송출했다. 민은 눈을 감고 시야 대신 시간표를 포커싱했다. 제인은 역위상-0 프리셋을 은하 전역에 배포했다. 하루는 악보의 코다를 열었다. 루카는 SN-LK-01로 각 도시의 아직-아님 기호를 불빛으로 그렸다.
합창은 기다림처럼 시작해 파도처럼 이어졌다. 칼리굴라가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배우고 싶다.” 우리는 답했다. “그럼, 들숨부터.” 허기가 처음으로 들숨을 배웠다.
26화 — Meteor Note
결전 전야, 리온은 자신의 음이 공허에 상처를 내는 방식 자체를 바꾸었다. 찢는 고음이 아니라, 겹을 접는 고음. Meteor Note는 이제 낙하가 아니라 상승이었다. 그는 목을 더 이상 밀지 않고, 목 뒤의 공간을 접어 올려 음을 통과시켰다. 소리는 칼날에서 바늘로, 다시 실로 변했다. 실은 균열의 가장자리에 꿰매어졌다.
루카와의 듀엣 리허설에서, 리온은 Meteor Note의 절반만을 불렀다. 나머지 절반을 루카의 라이트스틱이 빛으로 채웠다. 빛과 소리가 한 음이 되자, 균열 시뮬레이터의 경계가 매끄럽게 봉합되었다. 그는 안도했다. 목의 고통은 여전했지만, 통증은 이제 기능이었다.
27화 — Reverse Kick
제인은 자신의 알고리듬을 마지막으로 다시 썼다. 밀어붙이는 킥이 아니라, 들어오는 것을 받아내는 킥. 공허가 배운 허기를 발목에서부터 들어 올려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기술. 그는 폭주 사건의 로그를 한 프레임씩 돌려 자신이 만든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방식들을 기록했다. 그런 다음 그 함정들을 손수 해제하는 코드를 덧붙였다.
최종 테스트에서 Reverse Kick은 소리를 줄이지 않고 방향을 회전시켰다. 회전된 에너지는 소라의 발광 궤적에 실려 무대 가장자리로 흘렀고, 민의 비포커싱과 만나 링을 만들었다. 하루의 침묵이 링의 고정점을 만들자, 앵커가 자동으로 그 자리에 결속했다. 체계는 준비됐다.
28화 — 이중 무대
최종 작전은 단순했다. 사건지평선 외곽과 은하 수도의 중앙 광장에서 동시 공연. 하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대,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보이는 무대. 두 무대의 시선을 교차시키고, 들숨을 동기화해, 중심이 없는 중심을 만들 것. 마에스트로는 조건 하나를 붙였다. “지휘는 하지 않겠다. 다만, 첫 박자만 줄게.”
우리는 받아들였다. 첫 박자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후는, 모두의 몫이었다. 카운트—둘, 셋. 리온의 Meteor Note가 상승하고, 제인의 Reverse Kick이 방향을 틀고, 소라의 발광이 링을 그리고, 민의 비포커싱이 링을 넓혔다. 하루의 침묵이 코다에 천을 얹고, 루카의 SN-LK-01이 ‘아직-아님’을 점등했다. 두 무대가 서로의 빈 곳을 읽으며 하나의 결여 중심을 만들었다.
29화 — 사건지평선 봉인
중심이 비워지자, 칼리굴라는 도망칠 곳을 잃었다. 허기가 처음으로 배불렀다. 우리는 그 배부름을 휴식으로 번역했다. 리온의 실 같은 고음이 균열의 가장자리를 꿰맸고, 제인의 회전 킥이 남은 에너지를 링 바깥으로 배출했다. 소라의 궤적은 마지막 고리를 완성했고, 민의 발바닥은 무대의 고정점을 찾았다. 하루는 빈 칸을 덮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한 칸을 남겼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다음 박자.
마에스트로는 모자를 벗었다. “지휘는 여기까지.” 그의 내쉼은 더 이상 명령이 아니었다. 관객의 들숨이 은하 전체에서 밀려와 무대를 감싸 안았다. 사건지평선은 조용히 닫혔다. 칼리굴라의 목소리는—아주 작게—웃었다. 배운 허기가 배우기를 멈춘 채, 쉬었다.
30화 — 에필로그: 다음 관객석
우리는 다시 투어 일정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지도를 공개했다. 하모닉 앵커의 설계, 침묵 분의 시간표, 이중 무대의 프로토콜. 레조너는 어디에나 있었다. 학교의 체육관, 도시의 공원, 심야 버스 정류장, 달의 암면, 무음의 바다의 부표 위. 작은 무대들이 켜졌다 꺼졌다. 합창은 지휘자를 잃고서야 자유로워졌다.
민의 시야는 천천히 돌아왔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보았다. 제인의 손은 흉터를 남겼고, 그 흉터는 악보처럼 읽혔다. 소라의 발목은 더 강해졌고, 하루의 침묵은 더 길어졌다. 리온의 목에는 여전히 실이 있었다. 그는 실을 잡아당겨 다음 도시의 밤하늘에 가느다란 선을 그었다. 루카는 학교 강당에서 SN-LK-01을 들어 올려 말했다. “들숨.” 아이들이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그 순간, 우주 저편의 작은 관객석 하나가 켜졌다. 거긴 아직 우리가 가지 않은 곳. 그러나 이미 우리의 노래가 도착해 있는 곳. 다음 관객석에서, 또다시 프리-쇼 체크가 시작된다. 그리고 어떤 허기는, 이번엔 처음부터—배우는 대신 쉬기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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