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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프랑스

by Toast 2025.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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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금속의 떨림이 등뼈를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곧바로 코끝을 스친 건 습한 돌과 빵 굽는 냄새가 섞인 공기였다. 내가 서른을 몇 해 앞둔, 20대 중반의 얼굴을 가진 남자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만든 건 공항 유리 벽에 비친 내 모습 때문이었다. 익숙한 피로와 낯선 반짝임이 한 프레임에 겹치는, 여행 첫 순간의 표정. 수하물을 끌고 플랫폼으로 내려가 빨간 전철을 기다리며, 머릿속 지도를 펼쳤다. 오늘 밤은 【리옹】[1]의 한복판에서 잠들 예정이었다.

 

【생텍쥐페리 공항】[2]의 자동문을 지나 【론 익스프레스】[3]에 몸을 싣자, 차창 밖 풍경이 초록과 회색을 반복했다. 좌석 맞은편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힐끔 보더니 프랑스어로 몇 마디 건넸다. 내가 미소로만 답했더니, 영어로 바꿔 “여기 처음이죠? 잘생겼네요, 모델인 줄” 하고 웃었다. 그렇게 시작된 리옹 입성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전철이 【파르디외】[4] 역에 멈출 때, 내 어깨의 긴장도 같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지도 위에서 삼지창처럼 갈라지는 강 사이의 땅, 【프레스키일】[5]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차가운 공기가 목 뒤를 스치고, 굵은 자갈이 밑창을 쿡쿡 찔렀다. 왼편으로는 흙빛의 【사오느 강】[6], 오른편으로는 푸른 빛을 머금은 【론 강】[7]의 냄새가 동시에 와 닿았다. 강물마다 다른 염도와 냄새가 있다는 걸, 나는 이 도시에서 처음 배웠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택시를 타지 않고 걸음을 택했다. 배고픔이 방향을 정했다. 여행 첫 끼는 도시의 사전을 여는 첫 페이지니까. 유리 천장이 아치형으로 이어진 실내 시장, 【레 알 드 리옹 폴 보퀴즈】[8]가 내 앞에 펼쳐졌다. 진열대마다 치즈가 산처럼 쌓여 있고, 샤퀴트리의 단면이 장미처럼 말려 있었다. 나는 퀴넬 드 브로셰(강고기 수제비) 하나를 주문했다. 서버가 살짝 미소를 두고 묻는다. “난튀아 소스, 괜찮겠어요?” 고개를 끄덕이자 깊은 색의 소스가 기다란 퀴넬을 덮었다. 포크를 찔러 넣으면 탄력이 아니라 구름 같은 부드러움이 먼저 온다. 입 안에서는 전혀 비린내 없이, 강고기의 담백함이 크림과 버터, 그리고 곁들인 게(크레비스) 국물의 향으로 둥글게 부풀었다 줄어들었다 한다. 씹기보다는 혀로 밀어 올리면 파르메산이 늦게 따라오고, 설탕도 소금도 아닌 감칠맛의 길이가 고급스럽게 이어진다. 옆에서 누군가 “처음 드세요?” 하고 물었다. 올리브빛 눈동자, 작은 점이 하나 찍힌 왼쪽 광대. 이름은 카밀. 시장 안 치즈 가게에서 일한다는 그녀는, 퀴넬의 가장자리에서 생겨나는 작은 기포가 완성도의 증명이라고 설명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내 배는 다음 문장을 요구했다.

 

카운터를 옮겨 따끈한 소시송 브리오셰를 받았다. 여전히 뜨거운 철판에서 방금 꺼낸 듯 부드러운 브리오슈를 가르면, 속에 숨은 굵은 소시송이 딱 맞는 간격으로 박혀 있다. 씹자마자 피가 아닌 육즙이 번지듯 퍼지고, 부드럽게 발효된 빵이 그 기름을 흡수해 짠맛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다. 머스타드를 아주 얇게 바르면, 겨자의 톡 쏘는 계열이 기름의 묵직함을 환기시킨다. 카밀이 내 표정을 읽고 웃었다. “여긴 달콤한 걸로 마무리해야 해요.” 그녀가 건넨 빵봉투에는 프랄린 로즈가 두툼하게 박힌 브리오슈가 들어 있었다. 포크로 누르면 설탕이 깨지는 소리가 먼저 들리고, 이어서 버터의 향이 코로 올라왔다. 이번엔 혀의 가운데가 아니라 양쪽 가장자리가 먼저 즐거워한다. 달콤함의 밀도가 고르게 배어, 오래 씹을수록 견과류가 남긴 미세한 쌉싸래함이 뒤에 톡 하고 얼굴을 내민다.

 

배가 따뜻해지니 도시의 결이 분명해졌다. 나는 【비외 리옹】[9]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회색 돌벽에 햇살이 부드러운 각도로 깔리고, 창틀엔 제라늄이 다닥다닥. 골목의 온도가 아주 조금 낮아지는 순간, 천천히 문이 열렸다. 나무 계단을 몇 칸 오르자 낡은 문과 계단 사이의 좁은 통로가 이어졌다. 누군가의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은밀한 길, 【트라불】[12]이었다. 손잡이가 닳아 반질거리는 느낌, 닫히자마자 울리는 낮은 울림. 리옹의 비밀스러운 동맥을 만지는 기분이었다. 문을 밀고 나가니, 골목은 갑자기 열린 마당이 되었고, 햇빛이 유리창 네모에 담겨 바닥에 내려앉았다. 도시가 갑자기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모양을 보여줄 때, 나는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이해한다.

 

해가 기울기 전에 푸니쿨라를 타고 【푸르비에르 대성당】[10]으로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지도는 색연필로 색칠한 듯 온화했다. 붉은 기와의 따뜻함, 강물의 두 가지 표정, 서쪽의 완만한 구릉. 카밀에게 메시지가 왔다. “저녁은 부숑으로. 너, 고유명을 이제 막 배운 학생 같아.” 우리는 곧장 부숑으로 향했다. 작은 닭그림이 걸린 목조 간판 아래로 들어서니, 흰 종이 테이블보와 붉은 체크 패브릭 냅킨, 그리고 벽에 걸린 누군가의 흑백 사진들이 빽빽했다. 빵 바구니와 작은 콘피 포트, 목이 두툼한 와인병이 금방 식탁에 올랐다.

 

첫 접시는 살라드 리요네즈였다. 프리제(곱슬상추)의 거친 질감이 입안을 먼저 긁고, 바삭하게 구운 라르동(베이컨)이 진한 기름을 풀어놓는다. 위에 얹힌 수란의 노른자를 터뜨리면, 따뜻한 노란 강이 잎사귀 사이로 스며든다. 오래된 식초의 산도가 기름을 자르며 리듬을 만들었다. 다음은 탭리에 드 사푀르,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긴 양 격막. 얇은 겉은 소리로, 속은 탄력으로 설득한다. 여러 번의 두려움이 입안에서 사라지고, 남는 건 담백함과 약간의 거친 향. 기름에 젖은 것 같은 따뜻함이 너무 과해지려는 순간, 옆에 놓인 그라탱 도피누아가 균형을 맞춘다. 감자를 얇게 저며 크림과 마늘, 넛맥으로 만든 부드러움의 타일. 포크를 넣으면 망설임 없이 쭉 미끄러진다. 카밀이 블루 계열의 와인을 따라주며 웃었다. “이건 오늘의 너처럼 진지해.” 내가 똑같이 웃으려는데, 그녀의 손가락 끝이 내 손등을 아주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우연처럼, 그러나 조금 더 길게.

 

우리는 다리 위로 걸음을 옮겼다. 밤의 【사오느 강】과 【론 강】이 서로 다른 리듬으로 반짝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마치 움직이는 활자처럼 물 위의 글씨가 번졌다. 카밀이 내 옆에서 속삭였다. “넌 네 얼굴을 잘 알지? 하지만 오늘은 네 혀가 더 잘생겼어.” 알코올과 바람, 그리고 언어의 장난이 겹치며 우리는 웃었다. 그녀가 내 손목을 잠깐 잡아 끌었다. 그러다 놓았다. 누군가 반쯤 남긴 와인 잔처럼, 방금의 손길은 묘하게 남았다.

 

다음 날, 나는 강변의 아침시장을 걷기 위해 이른 시각에 일어났다. 【꽈 생탕투안】[13]의 철제 캐노피 아래, 생선 비늘이 은색으로 반짝이고, 허브 묶음이 초록의 톤을 분할했다. 빵집 앞에서는 방금 구운 크루아상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겹겹의 결 사이로 빠져나오는 버터의 향은 어제의 도시와 오늘의 도시를 부드럽게 이어붙였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카페 오 레와 크루아상, 그리고 오렌지 프레스를 주문했다. 크루아상을 손으로 찢는 순간, 가장자리가 바스라지며 소리를 냈다. 혀에 닿는 첫 감각은 온도였고, 다음은 버터와 밀의 밸런스. 어제 먹은 브리오슈의 밀도와는 다른, 가벼움으로 만든 만족감이었다. 숟가락으로 라떼 거품을 떠먹을 때, 카밀이 불쑥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아침의 얼굴이었고, 나는 잠에서 막 빠져나온 얼굴이었다.

 

“오늘은 【크루아 루스】[11]를 보여줄게.” 그녀가 주머니에서 편지봉투만 한 지도 조각을 꺼냈다. 직조공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그 동네는, 내 허벅지를 골고루 괴롭힐 만큼 경사가 있는 계단과, 벽돌 건물들, 그리고 오래된 작업장의 먼지를 품고 있었다. 막간의 커피를 마신 뒤 들어간 작은 파티세리는 핑크빛의 타르트가 지배하고 있었다. 프랄린 로즈 타르트. 설탕과 아몬드를 소금처럼 굵게 갈아 올린 그 표면은 융단처럼 보였지만, 포크를 내려앉히면 단단히 산산이 부서졌다. 설탕의 단단함과 아몬드의 기름진 향이 서로 뒤집히며, 속에서 나오는 카라멜의 따뜻한 단맛이 표정을 바꿨다. 카밀은 작은 케이크 칼로 내 조각의 가장자리를 도려내며 “여긴 모서리가 진짜”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온몸으로 믿었다. 그녀가 내 입술 옆에 묻은 설탕 가루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가, 어색하지만 자연스러운 듯 웃었다.

 

언덕을 내려오며 우리는 【트라불】들을 더 통과했다. 쿵 하고 닫히는 문소리, 그 뒤의 정적, 다시 열리는 작은 창. 도시의 숨소리는 오래된 나무문 뒤에서 더 잘 들렸다. 점심은 부숑이 아닌, 시장 한켠의 서서 먹는 집을 택했다. 이번엔 로제트 드 리옹과 코르니숑, 뜨거운 자몽색 수프 한 그릇. 얇게 썬 로제트의 지방은 입안에서 체온으로 녹으며 허브의 기운을 꺼내놓았다. 코르니숑을 한 번 씹으면 신맛이 혀의 뒤쪽을 환기한다. 수프는 건초에서 나는 냄새가 아주 옅게 스친다. 당근과 셀러리 루, 감자를 오래 끓여낸 깊은 단맛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플라스틱 숟가락이 어울릴 만큼 평범하지만, 속이 묵직하게 따뜻해지는 그런 점심.

 

오후에는 강을 건너 【콜라주】가 많은 골목에서 작은 와인바를 찾았다. 바텐더가 권한 잔은 【보졸레】[14]의 푸르스름한 과실향이 은은했다. 가벼운 산도와 약한 탄닌. 브뤼야(Brouilly)라고 적힌 라벨을 한 번 읽고, 다시 내려놓았다. 카밀은 【코트뒤론】[15]을 시켰다. 한 모금 나눠 마셔보니 라벤더와 말린 자두의 감독을 받은 듯, 침이 고이는 종류의 진지함이 있었다. 우리는 잔 사이를 서너 번 왕복하고, 단어의 교환 횟수보다 눈빛의 길이가 더 길어진 걸 확인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 손등에 펜으로 점 하나를 찍었다. “오늘 여기까지.” 어제의 모래 선보다 또렷한, 그러나 여전히 지워질 수 있는 약속.

 

저녁은 다시 다른 부숑. 이번엔 안두예트 AAAAA를 시도했다. 접시를 코에 가까이 가져가자, 어쩔 수 없이 지방과 내장의 솔직한 향이 먼저 왔다. 얇게 저며 구운 사과와 함께 넣으면, 과일의 산미가 향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다. 한 점, 두 점. 절반 즈음에서 포기하려던 찰나, 옆의 감자 퓌레가 기름과 향을 매개해 다시 한 점을 가능하게 했다. 삶에서 딱 한 번은 만나야 할 음식, 그러나 두 번은 생각해 보게 되는 음식. 카밀이 내 표정의 미세한 일렁임을 읽고 웃었다. “너, 용감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도.” 우리가 나눠먹은 건 음식보다, 서로의 망설임이었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우리는 【론 강】 둔치의 【페니슈】[17] 바에 앉았다. 배 위의 나무 바닥이 아주 가볍게 울렸다. 잔잔한 음악, 와인잔의 얇은 림이 빛을 머금었다. 카밀이 내 어깨에 살짝 기대더니 말했다. “우리 도시의 맛을 어떻게 기억할 거야?”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혀의 지도를 그리는 방식으로 대답했다. 퀴넬의 구름, 브리오슈의 포근한 서걱임, 살라드의 산도, 그라탱의 온도, 프랄린의 부서짐, 안두예트의 정직함. 그리고 와인의 길이. 그 위에 얹을 사람의 온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잘생겼다는 말 대신 맛있게 먹는다는 말을 많이 듣겠네.” 나는 웃었다. “둘 다, 싫지 않아.”

셋째 날 아침, 카밀은 내게 진짜 리옹의 아침을 보여준다며, 옛 직조공들이 새벽 술잔과 함께 먹던 작은 아침, 【마숑】[16]을 제안했다. 우리는 바에 선 채로 피클과 샤퀴트리 몇 점, 젖은 빵에 뼈수프를 끼얹은 따뜻한 접시를 나눴다. 짠맛과 지방, 뜨거움이 강하게 겹치고, 한 잔의 작은 화이트가 그 겹침을 흐트러뜨린다. 도수보다 리듬이 중요한 술. 바텐더가 내 외모를 칭찬하려다, 내 접시를 보는 표정에서 멈칫하더니 “이게 더 잘생겼네” 하고 농담을 던졌다. 카밀이 박수를 쳤다. 웃음이 오고, 술이 조금 더 오고, 우리가 함께 보냈던 시간의 밀도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낮에는 도시의 남쪽, 【콩플뤼앙스】[18]로 내려갔다. 두 강이 만나는 지점. 물의 색이 합쳐지는 지점은 분명히 보이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가를 수는 없다. 우리는 난간에 팔을 얹고 서서, 바람과 빛이 서로를 설득하는 광경을 오래 보았다. 카밀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있잖아, 네가 떠나고 나면, 여긴 덜 배고플까 더 배고플까?” 나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등에 펜으로 아주 작은 별 하나를 그렸다. 별은 곧 땀에 번져 모양을 잃었다. 아직 확정하지 않은 미래처럼.

 

마지막 밤, 우리는 처음 만났던 【레 알 드 리옹 폴 보퀴즈】의 치즈 가게 앞에서 다시 만났다. 그녀가 퇴근길에 챙겨 나온 작은 종이 상자에는 생체르, 생마르셀랭, 꽁테 18개월이 나란히 들어 있었다. 숙소의 작은 발코니에서 우리는 치즈를 자르고, 빵을 찢고, 와인을 따랐다. 생체르의 짭짤한 우유 산도가 먼저 와 닿고, 생마르셀랭의 크리미한 속살이 숟가락에 자연히 오르며, 꽁테의 캐러멜 향이 오래 남았다. 달빛이 유리잔의 밑바닥에 맺힐 때, 카밀이 내 이름을 불렀다. 한 번. 그리고 한번 더. 나는 그녀의 이름을 한 번, 그리고 한번 더 불렀다. 도시는 살아 있는 이름처럼 반응했다.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말 대신 입맛을 더 자주 다셨다. 남은 빵 부스러기가 테이블보 위에서 작은 별자리처럼 흩어졌다. 나는 내일의 표를 다시 확인하고, 카밀은 내 손목에 남은 펜 자국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흐리게 했다. “여행자답게, 조금 남겨 두자.” 그녀의 말은 정확했다.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들에 예의를 갖추는 법을, 이 도시는 음식을 통해 가르쳐 줬다. 완벽하게 먹어치우지 않는 일, 한 모금 남기고 잔을 내려놓는 일, 너무 단정한 결론 대신 여운을 택하는 일.

 

떠나는 날, 나는 다시 【론 익스프레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의 밭과 창고, 교각과 기차길이 일정한 템포로 뒤로 물러났다. 가방 속에는 치즈 냄새가 살짝 배었고, 셔츠 소매 끝에는 프랄린의 설탕이 아주 조금 남아 있었다. 공항 유리벽에 비친 내 얼굴은 첫날보다 덜 피곤했고, 조금 더 배부른 표정이었다. 게이트 앞에서 메시지가 왔다. 카밀이었다. “다음에 오면, 안두예트는 내가 한 입 더 먹어줄게.” 나는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다음엔 너의 고향식도 한 접시.” 비행기가 활주로로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내 혀는 도시의 지도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더듬었다. 구름과 버터, 강물과 와인, 설탕과 후추, 그리고 어느 여름밤의 체온.

 

비행기가 떠오르며 도시가 축소될 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여길 사랑하게 만든 건, 잘생겼다는 말도, 입에 맞는 음식도, 짧고 정확한 농담도 아니었다. 모든 맛이 한 번에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하루를 더 머물게 만드는 그 불친절한 친절. 그 모호함과 여백 덕분에 사랑은 시작되었고, 떠난 뒤에도 계속될 수 있었다. 창밖의 구름이 크림처럼 부풀어 오르는 걸 바라보며, 나는 혀끝으로 아직도 남아 있는 프랄린의 설탕 알갱이를 찾았다.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 작은 알갱이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다음 여행의 입맛이 이미 깨어나고 있었다.

 

 

[1] 리옹(Lyon): 프랑스 동남부 론(Rhône)과 사오느(Saône) 두 강 사이에 자리한 도시. 고대 로마의 갈리아 행정 중심지였고, 중세 이후에는 직조와 인쇄, 현대에는 미식의 수도로 불린다. 프랑스에서 파리·마르세유 다음 규모. 프레스키일을 중심으로 동서로 성격이 다른 구역이 펼쳐지며, 비외 리옹의 중세·르네상스 경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2] 생텍쥐페리 공항(Aéroport de Lyon–Saint-Exupéry): 리옹 도심 동쪽 외곽에 위치한 국제공항. 소설가·비행사 생텍쥐페리의 이름을 땄다.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TGV역(리옹-생텍쥐페리 역)의 새 모양 구조물이 상징적이다.

[3] 론 익스프레스(Rhônexpress): 공항과 도심 파르디외를 약 30분대에 잇는 공항철도. 전용 노선과 트램 구간을 혼합해 운행한다.

[4] 파르디외(Gare Part-Dieu): 리옹의 주요 역이자 비즈니스 지구. TGV와 지역열차의 결절점이며, 대형 쇼핑몰·오피스 타워가 밀집한다.

[5] 프레스키일(Presqu’île): 론과 사오느 두 강 사이, 북쪽의 테르소와 남쪽의 페라슈까지 이어지는 ‘섬 같은 반도’. 시청, 오페라, 주요 광장(벨쿠르·테르소)이 모여 상업·문화의 중심을 이룬다.

[6] 사오느 강(Saône): 부르고뉴에서 내려와 리옹 도심을 통과해 론 강과 합류하는 강. 흙빛이 감도는 잔잔한 유속이 특징이며, 강변 산책로와 시장이 매력적이다.

[7] 론 강(Rhône): 알프스 빙하에서 발원하는 급한 강. 리옹에서 사오느와 합쳐 더 남쪽 지중해로 흐른다. 수상 레저와 페니슈(정박선) 바 문화가 발달했다.

[8] 레 알 드 리옹 폴 보퀴즈(Les Halles de Lyon Paul Bocuse): 리옹 미식의 심장으로 불리는 실내 시장. 치즈·샤퀴트리·굴·빵·와인 등 지역 생산품을 최고 수준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장소로, 거장 셰프 폴 보퀴즈의 이름을 딴다.

[9] 비외 리옹(Vieux Lyon): ‘옛 리옹’이라는 뜻. 중세~르네상스 건축이 보존된 지구로, 좁은 골목과 아치, 트라불(비밀 통로)이 특징. 생장 대성당과 기념품 상점, 전통 식당이 밀집한다.

[10] 푸르비에르 대성당(Basilique Notre-Dame de Fourvière): 리옹 서쪽 언덕 정상에 위치한 화려한 신비주의 양식 성당. 전망대에서 도심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푸니쿨라(케이블 철도)로 접근한다.

[11] 크루아 루스(Croix-Rousse): 직조공(카누트)의 역사로 유명한 북쪽 언덕 지구. 경사로와 계단, 작업장 건물이 남아 있으며, 지역 시장과 벽화, 공방 문화가 살아 있다.

[12] 트라불(Traboules): 리옹 특유의 건물 내부 통로. 한 건물의 안뜰과 다른 건물의 골목을 연결해 직조물·인쇄물 운반에 쓰였고, 저항운동의 은신처로도 기능했다. 비외 리옹과 크루아 루스에 많다.

[13] 꽈 생탕투안(Quai Saint-Antoine): 사오느 강변의 대표적 아침 시장 구간. 제철 과일·채소·치즈·생선·빵 등 지역 생산물과 스트리트 푸드가 활기를 더한다.

[14] 보졸레(Beaujolais): 리옹 북쪽의 와인 산지. 가메(Gamay) 품종 중심의 라이트 바디 레드가 유명하며, 브루이·플뢰리 등 ‘크뤼 보졸레’로 불리는 고급 산지도 있다.

[15] 코트뒤론(Côtes du Rhône): 론 강 유역의 광범위한 와인 AOC. 그르나슈·시라·무르베드르 블렌드가 대표적이며, 허브·검붉은 과실·후추 향이 특징.

[16] 마숑(Mâchon): 리옹 노동자들이 새벽에 즐기던 전통 아침 식사 문화. 샤퀴트리, 수프, 와인 등 든든한 구성이 특징으로, 일부 전통 부숑에서 여전히 제공한다.

[17] 페니슈(Péniche): 프랑스 내륙 수로의 바지선. 리옹 론 강변에는 레스토랑·바로 개조된 페니슈가 정박해 야경 명소가 된다.

[18] 콩플뤼앙스(Confluence): 론과 사오느가 만나는 도심 남단 재개발 지구. 현대건축, 쇼핑몰, 문화시설과 수변 산책로가 조성되어 강의 합류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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